[번역] 커리와 평정심

2024. 11. 25. 21:0024-25

원문은 이쪽!

Stephen Curry shoots to No. 12 on The Athletic’s ‘The Basketball 100’: ‘A calmness about him’

“He’s incredibly arrogant on the floor and humble off the court,” Steve Kerr said. “I think that’s a really powerful combination."

www.nytimes.com

 


 

커 친 놈

세심하게 가꾸어진 이미지와 모순되지만, 커리의 내면에서 나오는 진정한 원동력의 모습. 커리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이 끌어올린 또 다른 자아. 2022년 NBA 파이널 6차전, 보스턴의 17개 우승 배너 아래에서, 스스로 써내려간 전설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또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워리어스가 19점 차로 앞서고 있을 때, 드레이몬드 그린이 속공으로 코트를 질주했다. 커리는 플레이를 따라가다 그린의 측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린은 커리가 달리면서 받을 수 있도록 각도를 맞춰 커리의 왼쪽으로 바운드 패스를 했다. 하지만 커리는 패스를 받은 후에 골대를 향해 계속 달리지 않았다. 보스턴의 수비가 흐트러진 상황이었지만 오픈된 동료에게 패스하지도 않았다. 커리는 싸이코 모드였다. 패스를 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슛을 쏘아올렸다.

공식 NBA 기록은 29피트라고 하지만, TD 가든에서는 마치 50피트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멀고, 불필요했다. 커리가 풀업 3점 슛을 던질 때 모멘텀으로 인해 앞으로 기울어졌고, 마치 포환던지기 같은 느낌이었다. 보스턴 팬들의 불안한 숨소리를 가르며 날아간 공은 림 뒤쪽을 강하게 때리며 들어갔고, 워리어스는 22점 차로 달아났다. 네트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관중들은 경외감에 신음했다. 보스턴의 타임아웃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커리는 관중들을 응시하며 코트 반대편으로 으스대듯 걸어갔다. 평소처럼 춤추며 세리머니를 하지도 않았고, 웃거나 팔을 휘두르지도 않았으며, 마우스피스를 입에 매달지도 않았다. 이 순간은 달랐다. 싸이코가 이뤄낸 순간. 오른손을 들어 약지를 네 번 두드리며 차분히 선언했다. "이 XX 반지를 내놔.Put a f—— ring on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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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쿼터가 아직 6분 12초나 남았지만, 커리는 이미 경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관중들을 조롱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위대함을 선포했다. NBA 파이널 역사상 가장 가차 없는 과시였다.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 오만한 슈터의 진정한 모습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보스턴 팬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셀틱스가 커리에 대해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커리는 커리어 대부분 동안 자신의 미친 면모를 표면 아래 감춰왔다. 플레이 중에 드러나지만 그마저 쾌활함 뒤에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때 커리는 네 번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NBA 최고의 명문 구단의 홈에서 전설적인 커리어의 중대한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커리는 파이널 MVP를 차지하며 이력서의 빈 칸을 채웠다. 주변에 최고의 재능을 갖춘 로스터가 없이도 해냈다. 수군거림에서 시작해 비판으로 커져갔던 부분을 그는 해냈고, 듀란트가 워리어스에 합류한 이후로 자격 미달 염불을 외우던 목소리들을 침묵시켰다. 그 순간만큼은 제 안의 싸이코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What they gon’ say now?!" TD 가든의 복도에서 커리가 외쳤다. 울고, 소리 지르고, 술 마시고, 시가를 피운 탓에 목소리가 거칠었다.
 

"WHAT THEY GON’ SAY NOW?!"

 
 


 
이 싸이코에게 생일이 있다면, 바로 2013년 4월 28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 태어났고 이때가 성년식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 NBA 전설의 타임라인은 여기서 시작된다.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 덴버를 상대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3쿼터, 워리어스가 4점 차로 앞서고 있을 때, 자렛 잭#2이 칼 랜드리#7와 픽앤팝을 실행했다. 잭은 스크린을 돌아 오른쪽 윙으로 드리블했고 탑에 위치한 랜드리에게 다시 패스했다. 덴버의 코리 브루어#13가 급하게 랜드리를 막으러 갔다. 브루어는 커리를 수비하지 못했고 완전히 오픈으로 놔뒀다.

그때 갑자기, 은밀하게, 경기 시계가 멈췄다. 6분 27초. 브루어의 결정이 농구의 우주에 왜곡을 만든 것처럼. 마치 시간 자체가 곧 일어날 일을 목격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싶어한 것처럼.

랜드리는 커리에게 패스를 날렸고 커리는 공을 받은 후, 돌진해오는 덴버의 포워드 윌슨 챈들러#21에게 펌프 페이크를 썼다. 수비수가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커리는 웅덩이를 피하듯 왼쪽으로 발을 옮겨 빈 코너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덴버 벤치 바로 앞에서 3점 슛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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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순간이었죠," 몇 년 후 커리가 말했다. "첫 플레이오프 시리즈였고, 믿을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우리는 3쿼터 폭풍을 일으키고 있었죠. 그 순간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그냥 느낌이 왔어요. 모든 사람이 내 뒤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모르겠어요. 완벽한 폭풍 같았어요. 그들의 존재감, 슛의 리듬.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고, 저는 해냈죠."

그는 정말 해냈다. 슛이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커리는 시그니처 플렉스(노룩 3점 세레머니)를 처음 선보였다. 공이 네트를 가르며 들어갔을 때, 커리는 순식간에 조용해진 덴버 벤치를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이 겨냥했던 바로 그 골대를 등지고 있었다.

지금도, 10년 후에도, 그는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른다. 무엇인가 그를 움직였을 뿐이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그저 덴버의 센터 자베일 맥기의 목소리를 들었고 덴버의 적의를 피부로 느꼈을 뿐이다. 왜 그 3점이 커리의 해답이었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무언가는 내면의 싸이코, 또 다른 자아였다. 커리의 이야기는 이 존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전설이라는 개념은 현대에 와서 그 광채를 잃어버렸다. 위대함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상상력에 맡길 것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소비를 위해 보존되며, 관찰 가능하다. 하지만 전설, 진정한 전설은 드문 목격자들로부터 태어난다. 그들은 이야기를 통해 살아남는다. 전설이 일어난 순간과 입으로 전달되는 순간 사이의 시간이 흐를수록 위대함은 더욱 커져간다.

 
하지만 현대의 매체를 통해서는 감정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경험하는 순간의 감정이 항상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전달되지는 않기에, 구전의 역할이 필요하다.
 

스테픈 커리의 업적은 뭐하나 빠질 것 없이 인상적이다. NBA 챔피언 4회. MVP 2회 수상, 백투백 MVP를 달성한 12명의 선수 중 한 명(2015, '16)이며, 2016년 만장일치 MVP로 선정되었을 때 득점(30.1), 스틸(2.1), 자유투 성공률(.908)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릭 배리만이 이 세 가지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한 시즌에 동시에 달성하지는 못했다.
 
매 슛마다 기록을 갱신하는 최고의 3점 슈터. 23-24시즌 종료 시점 기준 자유투 .910의 커리어 성공률로 역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리어 실질 슈팅 퍼센티지(TS%) 상위 10위 안에 든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커리는 그중 유일하게 6’5” 미만인 선수다.
 
커리는 NBA 프랜차이즈를 창대하게 부활시킨 촉매제이다. NBA 파이널 6회 진출과 4회 우승이 이를 증명한다. 2022년 NBA 챔피언십과 파이널 MVP는 그가 정복한 또 하나의 산이었다.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커리는 여전히 비평가들과 의심하는 이들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첫 우승은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가 부상으로 전력이 약화된 상태였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평가 절하되었다. 다음 두 번의 우승도 커리의 입지를 확고히 하지 못했고, 오히려 듀란트를 최고의 선수로 여기는 비평가들의 이견만 더했다. 그 후 워리어스는 연이은 부상에 시달렸고, 듀란트는 떠났으며, 커리는 챔피언십 레벨에서 끝난 것으로 여겨졌다. 그를 높여줄 슈퍼팀도 없고, 길을 열어줄 행운의 기회도 없었으며,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전성기가 지났다고 많은 이들이 의심했다.
 
그 모든 의심들이 커친놈이 등장할 연료가 되었다.
 
커리에 대해 자주 오해하는 점은 그가 안티 집단의 이야기들을 얼마나 자양분으로 삼는지이다. 그는 경기를 즐긴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대담한 영혼에서 나오는 동기부여 정신으로 경기를 지배한다. 이제 그는 기록과 업적, 그리고 비평가들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다.


커리는 진정으로 전통적인 의미에서 전설적이기에 더욱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경기에는 이야기꾼들을 사로잡는 특별함이 있다.
 
"나는 스테프를 정말 사랑해요," 앨런 아이버슨이 Complex Sports의 Load Management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그래서 그를 제 후계자로 선택했죠.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게임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 그는 역대 최고의 슈터가 될 거예요. 제가 봐온, 저런 점프슛과 볼 핸들링을 가진 농구 선수들 중 최고입니다. 저는 그저 스테픈 커리의 빅 팬일 뿐이에요."
 
윌트 체임벌린은 움직이는 거인으로서 사람들의 말문이 막히게 했다. 카림 압둘-자바는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 시그니처 샷으로 놀라게 했다. 마이클 조던, 그리고 그 이전의 닥터 제이는 공중을 걷듯 날아다니며 모두의 숨을 멎게 했다. 매직 존슨은 마치 머리 어딘가에 또 다른 눈이 있는 것 같은 패스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들의 특별한 위대함, 관중들을 사로잡은 그들의 매력은 그들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이터를 넘어선다.
 
커리는 그들과 같은 부류다. 멀리서 거인들을 쓰러뜨리는 평범한 체구의 필멸자다. 그리고 위대함의 상징, 커리의 전설을 입증하는 시그니처는 바로 노룩 3점슛이다. 장거리 슛이 들어갈 것이라고 틀림없이 확신해서 들어가는 것조차 보지 않는다는 것만큼, 커리의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슛을 할 때 한 톨의 의심이 없음을 행동으로 선언하여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에 대한 자신의 숙련도를 입증한다.
 
"커리는 코트 위에서는 믿을 수 없이 오만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겸손합니다,"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이 말했다. "이것은 정말 강력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싸이코의 작품이다. 싸이코는 소탈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순한 사람이 아니다. 경기할 때 겉으로 보이는 즐거운 소년도 아니다. 특권과 형제애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슛수저도 아니다.
 
3점 슛을 쏘고 결과를 등진 채 돌아서는 것, 이는 커리의 겸손한 정신 속에 살아있는 한 또라이의 흔적이다. 오해하지 말자. 커리가 이정도의 위상에 도달하고, 역사상 위대한 선수들 사이에 자리매김한 것 역시 그가 무자비하고 끈질긴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파괴를 즐기는 야수다.


 
이런 커리의 성격은 필연적이다. 농구 인생 내내 작은 체구로 과소평가받았던 것은 그를 여기까지 이끈 동력이 되었다. 왜소함 때문에, 낮은 기대치 때문에, 커리의 증명은 더욱 강렬해야만 했다. 커리가 아주 일찍 배운 것은 의심을 물리치는 것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생각이 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커리는 그저 좋은 3점 슈터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최고가 되길 원했다. 단순한 슈터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괴물이 되길 원했다. 승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반지를 수집하길 원했다. 그저 단순히 플레이 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무덤 위에서 춤추길 원한다.
 
위대한 선수들은 모두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깊은 신념이 그들의 직업 윤리를 자극하고, 가장 큰 무대를 원하게 만든다. 역대 최고의 농친놈 중 한 명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그에게서 평온함이 보입니다," 코비가 커리에 대해 말했다. "이것은 많은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을 팬들이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도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그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진지한 평온함이 있습니다. 그는 들뜨지도 않고 침울해하지도 않습니다. 이전에 일어난 일을 곱씹거나 다음에 올 일을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거기 있을 뿐입니다.
"선수가 슛을 쏘고 왼쪽 오른쪽으로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을 때, 거기에 평온함과 침착함이 더해지면, 당신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커리는 코비의 이러한 평가 영상을 자신의 휴대폰에 보관하고 있다. 농구에 미친놈으로 유명한 코비가 커리의 농친 면모를 인정한 것이다. 코비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은 영광이다.


 
커리를 대표하는 전염되는 웃음, 긍정적인 분위기, 가족적인 페르소나 너머로 그런 광적인 기질을 처음에는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팀메이트들과 상대 선수들은 커리에게 광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의 열렬한 팬들은 커리의 그런 면을 사랑한다. 30피트 밖에서 그토록 자신감 넘치게 슛을 쏘기 위해서는 광기가 필요하다. 전체 구조에 맞서고, 전통에 맞서며, 아버지의 업적을 이겨내고, 6'3"의 아이같은 얼굴의 포인트 가드라는 선입견에 맞서 혁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진정한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대담해야 한다. 20년 후, 가장 전설적인 선수들이 그러듯이, 커리는 흥분가득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노장들이 압둘자바와 빌 러셀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자녀들이 래리 버드와 찰스 바클리를 존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술에 밝은 미래 세대는 한 단계 진보한 통계 자료를 손에 넣을 것이다. 하지만 그 통계들은 전성기의 커리가 얼마나 멀리서, 얼마나 정확하게 슛을 쏘았는지에 대한 광기를 전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였기에, 경기의 기하학이 바뀌고, 한 세대가 제자처럼 그를 따르게 되었으며, 수비진들이 모든 자원을 그를 막는 데 쏟아부었는지를. NBA의 위대한 선수들이 커리라는 필연적 존재 때문에 어떻게 우승의 감격을 맛보지 못했는지를.
 
그들은 더 멀리 물러서서, 더 자주 슛을 쏘고, 더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킨 싸이코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전설은 이렇게 전해질 것이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고.
 
 


 
 

 
Career stats (through 2023-24): G: 956, Pts.: 24.8, Reb.: 4.7, Ast.: 6.4, Win Shares: 135.2, PER: 23.6
Achievements: NBA MVP (’15, ’16), NBA Finals, MVP (’22), 10-time All-NBA, 10-time All-Star, NBA champ (’15, ’17, ’18, ’22), Olympic gold (‘24)


 

“The Basketball 100”은 The Athletic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진과 분석가들, 그리고 베테랑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올드리지와 존 홀링거가 선정한 역대NBA 최고의 선수 100인의 순위입니다. 이 발췌문은 명예의 전당 입성자 찰스 바클리의 서문이 포함된 책에서 재수록되었습니다.

 
Excerpted from “The Basketball 100” published by William Morrow. Copyright © 2024 by The Athletic Media Company. Reprinted courtesy of HarperCollins Publishers

(Illustration: Kelsea Petersen / The Athletic; Photo: Sean M. Haffey / Getty Images)